
조지 스프링어는 결코 뛰어난 대도가 아니었습니다. 중견수이자 단골 올스타, 그리고 월드시리즈 MVP로 활약하던 20대 중반 시절에도,한 시즌에 1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뿐이었죠. 전성기때에 도루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던 시즌도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그러던 2023년, 메이저리그에 피치 클락(투구 시간 제한)이 도입되었습니다. 당시 33세였던 스프링어는 평균 스프린트 속도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었음에도, 갑자기 평소보다 두 배가 넘는 속도로 베이스를 훔치기 시작했어요. 그해 그는 생애 처음으로 20도루를 달성했습니다. 이어서 그 다음해에는 16개, 그리고 또 그 다음 해에는 18도루를 기록했구요. "선수들은 타이밍을 맞출 수 있어요. 투수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는 거죠." 스프링어가 말했습니다.
이게 바로 '피치 클락 시대'의 도루에요.
마운드 위의 경기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된 2023년의 규칙 개정 이후, 야구는 누상에서 확실하게 시간을 과거로 되돌렸습니다. 한때 무지했던 과거의 무모한 유물로 취급받던 도루는, 자유분방했던 1980년대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올라왔어요. 2024년에는 1916년 이후 가당 많은 도루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도루 갯수의 증가가 몇몇 엘리트 주자들의 대담함 덕분에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진짜 급증을 이끈 것은 반드시 엄청나게 빠른 발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베이스를 훔칠 만한 충분한 속도를 가졌고, 시간에 쫓기는 투수를 상대로 달리는 것에 더 큰 자신감과 편안함을 느끼게 된 '중상위권 주자들' 덕분이죠. 규칙 개정이 루 브록이나 빈스 콜먼 같은 선수들의 화려한 도루 갯수를 다시 가져오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주자들이 2루를 향해 스타트를 끊는 빈도를 크게 늘렸으며, 라이브볼 시대 그 어느 때보다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들이 많아졌습니다.

리키 헨더슨이 아니라, 데이브 헨더슨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2023년에 구단 내부적으로 이 제도를 논의할 때,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최상급 주자들이 아니었어요." 탬파베이 선발투수 드류 라스무센이 말했습니다. "그런 선수들은 규정과 상관없이 원래 도루를 할 선수들이었죠. 진짜 문제는 평소에 5개나 6개 정도만 기록하던 선수들이었습니다. 이제 주자들에게 유리하게 저울이 기울었기 때문에, 그들이 좀더 공격적으로 나와서 10~15개 정도 도루를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늘 두려웠죠."
2023년 큰 화제가 된 네 가지 규칙 개정이 도입되었습니다. 피치 클락, 내야 시프트 제한, 약간 더 커진 베이스, 그리고 견제 제한(투수는 한 타석당 투구판에서 발을 빼거나 견제를 두 번만 할 수 있으며, 세 번째 견제 시도에서 주자를 아웃시키지 못하면 주자에게 다음 베이스가 주어집니다)이었죠.
'디 애슬레틱'과의 대화에서 야구계 안팎의 인사이더들은 더 커진 베이스가 도루 급증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일축했으며, 견제 제한보다는 피치 클락을 도루 증가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선수들의 말에 따르면, 피치 클락은 압박감과 주도권의 흐름을 바꾸어 놨어요. 과거에 주자의 타이밍은 공을 오래 쥐고 있거나 투구 동작에 변화를 주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었던 투수의 행동에 달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투수의 타이밍과 주의력은 흘러가는 시계의 처분에 맡겨졌고, 18초라는 시간이 똑딱거리며 흘러갈수록 압박감은 주자가 아닌 투수에게 쌓이게 됩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움직여야 하므로 투수의 타이밍을 더 예측하기 쉬워졌죠. 주자들은 투수의 성향을 더 잘 파악하고 도루 스타트 타이밍을 맞출 수 있게 되었고, 2루로 뛸지 말지를 결정할 때 망설임 대신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피치 클락이 생기고 견제 제한이 생기면서, 투수들이 특정 패턴에 빠지게 됬어요." 보스턴 레드삭스 유격수 트레버 스토리가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도루의 하한선이 올라간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규칙이 바뀌기 전, 라스무센은 주자들을 묶어두는 데 능한 투수였고 이를 자신의 장점으로 활용했습니다. 그의 2022년 시즌은 당시 본인 커리어에서 가장 훌륭한 해였지만, 투구 간격이 24초 이상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느린 투수 중 한 명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꺼이 기다리는 쪽을 택했죠.
1루에 주자가 있을 때, 라스무센은 포수에게 사인을 받고 투구판 위에서 세트 포지션을 잡은 뒤 때로는 그냥 가만히 서 있곤 했습니다. 타자가 결국 타임아웃을 요청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1루에 있는 주자 역시 시간이 흐를수록 더 불안해하고 불확실성을 느끼게 된다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었죠.
"1루 주자를 불편하게 만들려고 했어요." 라스무센이 말했습니다.
피치 클락이 없던 2022년, 주자들이 라스무센을 상대로 도루를 시도할 기회가 647번 있었지만 그중 12번(1.9%)만 도루를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그중 8번(66.7%)이 성공했죠. 반면 피치 클락이 도입된 2025년에는 주자들의 도루 기회가 724번이었는데, 그중 23번(3.2%)이 도루를 시도했습니다. 그리고 17번(74%)이 성공했구요.
선발 투수에게 있어서, 한 시즌 동안 두 배나 많은 도루를 허용한다는 것은 경기 결과에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팬들의 경험 측면에서 피치 클락은 정말 멋진 제도라고 생각해요." 라스무센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베이스러닝 측면만 놓고 본다면, 투수들이 주루 플레이를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완전히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그 증거는 데이터에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투수들이 공을 오래 쥐고 제한 없이 견제할 수 있었던 2022년에는 메이저리그 전체 도루 수가 2,486개였습니다. 그러나 피치 클락이 도입된 2023년에는 도루 수가 3,503개로 폭증했어요. 경기당 도루 수는 여전히 1987년 역대 최고 기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최근 세 시즌은 도루 빈도 면에서 1980년대~1990년대 초반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고삐가 풀린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는 2023년에 73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16년 만에, 그리고 지난 25년을 통틀어 두 번째로 이토록 많은 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되었습니다(아쿠냐의 이전 최고 기록은 37개였어요). 하지만 70개 이상의 도루가 리그 표준이 된 것은 아닙니다. 아쿠냐 이후 60도루 고지를 밟은 선수는 단 한 명뿐이었고, 지난 시즌에는 아무도 50도루를 기록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더 일반적인 사례는 스프링어에게 일어난 변화입니다. 그는 33~35세 시즌동안 규칙 개정 이전의 커리어 하이와 맞먹거나 이를 넘어서는 도루 합계를 기록했습니다. 스프링어는 건강 상태도 하나의 요인이었다고 말하며 2022년에도 도루가 늘어났음을 언급했지만, 동시에 규칙 개정이 힘의 균형을 주자 쪽으로 이동시켰다는 점도 인정했어요.
"투수들이 원하는 만큼 도루를 제어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스프링어가 말했습니다. "이제 시계가 생겼으니깐요. 피치 클락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스토리 역시 30대 중반의 나이에 더 높은 비율로 2루를 향해 뛰었습니다. 스탈링 마르테는 2023년 스프린트 속도가 커리어 사상 가장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루 성공률은 커리어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어요. 프레디 프리먼도 33세이던 2023년, 평소보다 두 배 높은 빈도로 도루를 시도하는 가운데 커리어 하이인 23도루를 달성했습니다.
2023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선수들이 두 자릿수 도루를 달성했어요.1990년대 구단 확장기를 감안하더라 10도루 이상을 기록한 시즌의 비율은 1980년대 대부분의 시즌과 대등하거나 더 높았고, 이전 두 세대에 비해서는 크게 증가했습니다.
뉴욕 양키스의 유격수 호세 카바예로는 지난해 49도루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차지했는데, 이 수치는 1985년이었다면 겨우 10위권에 턱걸이했을 성적입니다. 하지만 양키스 팀메이트인 애런 저지는 최소 12도루를 기록한 101명의 선수 중 한 명이었죠. 1985년에는 그런 선수가 81명에 불과했습니다. 후안 소토는 평범한 발을 가졌음에도 지난 시즌 38도루를 성공시켰습니다. 칼 랄리는 거구의 포수임에도 불구하고 14도루를 기록했구요. 조시 네일러는 리그에서 가장 느린 선수 중 한 명이지만 30도루를 찍었습니다. 투수들은 이들을 막아내지 못했어요.
"시간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스토리가 말했습니다 "투수들이 그 짧은 시간 동안 주자 생각만 하고 있을 수 있겠어요? 피치 클락은 투수들의 주의력이 분산될 수 있는 시간적 틀을 가둬 버렸어요. 주자에게 집중하거나, 타자에게 집중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죠. 시간 제한이 없었을 때는 양쪽 모두를 조금 더 수월하게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한 선수는 전력분석원들이 이제 더 많은 카메라 앵글을 활용해 상대 투수들을 분석하게 되면서, 투수들의 특정 성향이나 습관을 잡아내는 능력이 매우 탁월해졌다고 언급했습니다. 주자들은 이러한 단서들을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투수가 공을 던질지 아니면 견제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을 거의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됬어요. 한 전력분석원은 피치 클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투수들이 세트 포지션을 잡는 데 오랜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에, 공을 쥐고 주자들에게 의구심을 심어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훨씬 더 줄어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잦은 견제를 제한하는 '2회 견제 제한 규칙'과 결합되면서, 각 팀들은 투수가 언제 홈플레이트로 공을 던질지 더 잘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견제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됬어요" 그 분석원이 말했습니다. "이것이 몇몇 팀과 선수들이 도루를 할 때 초반에 홉스텝을 활용하는 이유입니다. 이는 계산된 리스크에요."
투수가 견제 기회를 모두 소진하기 전이라 할지라도, 피치 클락은 투수의 선택지를 제한하며 주자들에게는 투수의 습관과 성향을 관찰할 수 있는 고정된 시간을 제공합니다. 시계 자체는 투수에게 불리하게 흘러가지만, 주자에게는 출발 신호와 같은 역할을 하죠.
"주자들이 투수의 타이밍을 빼앗는 데 점점 더 익숙해지고 편안함을 느끼고 있어요." 라스무센이 말했습니다. "피치 클락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왜 모험을 걸지 않겠어요? 시계를 슬쩍 봤는데 2초나 3초밖에 남지 않았다면, 더 공격적으로 나가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투수가 1초를 남겨두고 견제구를 던져 주자를 잡아낸다면, 그저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하면 그만이죠"
1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5~8개 사이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들을 보면 이러한 트렌드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지난 세 시즌은 이 기준에 도달한 선수가 역사상 가장 많았어요). 기준을 15~20 도루로 높이면 최근 시즌들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아요. 그리고 기준을 30개로 올리면, 최근 세 시즌은 Top 10에도 들지 못합니다.

이러한 전반적인 도루 활성화를 부채질하는 데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수치로 명확히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야구계 전반에 걸쳐 운동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이 존재해요. 이는 외야 수비의 질에서 드러나며, 공을 치고 수비하고 던지고 장타를 날리며 달릴 줄 아는 엘리트 유격수들의 숫자에서도 확인됩니다. 이러한 운동능력을 갖춘 선수들에게 고도화된 전력분석 보고서가 쥐어지자, 그들은 한층 느슨해진 주루 환경을 활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추게 됬어요.
그 뛰어난 운동능력 덕분에 오늘날의 스피드와 파워의 조화는 독보적인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규칙 개정 이후 한 시즌에 최소 20개 이상의 홈런을 친 선수 중 40% 이상이 10개 이상의 도루도 함께 기록했습니다. 과거에는 이 조합의 비율이 30% 내외이거나 그보다 낮았어요. 40도루를 기록하는 선수의 수는 훨씬 줄어들었지만, 2023년 이후 40도루를 달성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20홈런도 함께 터뜨렸습니다. 과거에는 쉽게 보기 어려웠던 엘리트급 스피드와 진정한 파워의 결합이 나타나고 있는 거죠.
"제가 루키였던 2019년의 야구와는 확실히 다른 게임이 되었습니다" 레이스 외야수 제이크 프레일리가 말했습니다. "우리팀이 그 완벽한 예시에요. 각 팀들은 담장을 넘기는 거포들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스몰볼을 더 많이 구사하고 도루를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레일리는 2023 2024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뛰고 있었는데, 당시 신시내티는 1992~1993년 몬트리올 엑스포스 이후 처음으로 두 시즌 연속 190도루 이상을 기록한 팀이 되었습니다(레즈는 2022년에 단 58개의 도루에 그쳤어요). 신시내티의 경우, 규칙 개정 시기가 엘리트 주자인 엘리 데 라 크루즈의 등장과 맞물렸습니다. 그는 2023년 신시내티에서 10도루 이상을 기록한 8명의 선수 중 한 명이었습니다. 데 라 크루즈는 2024년에 67도루를 기록했으며, 그해 레즈에는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7명 있었습니다.
현재 프레일리는 데이터 분석으로 유명한 조직인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뛰고 있으며, 레이스는 지난 세 시즌 동안 매년 아메리칸리그 도루 1위 또는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번에도 규칙 개정은 구단이 자체 육성한 날쌘돌이 챈들러 심슨의 합류와 시기가 맞물렸죠. 하지만 심슨이 팀 내 도루 1위를 달성하는 가운데, (그가) 레이스에서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유일한 선수는 아니었어요

이제 야구가 새로운 균형점에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도 보입니다. 도루 성공률은 2025년에 감소세를 보였으며, 이번 시즌 역시 2024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요. 반면, 도루 실패 비율도 새 규칙이 도입된 이후 네 시즌 동안 매년 증가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구단 임원은 팀들이 투수들의 습관과 텔(tell)을 인지하고 없애는 작업을 더 잘해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론을 제시했고, 또 다른 임원은 ABS 도입으로 인해 팀들이 프레이밍에 신경을 덜 쓰는 대신 포수의 팝타임과 송구 능력에 더 높은 가치를 두기 시작하면서 도루 저지율이 계속해서 개선될 것이라고 추측했죠.
하지만 야구가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동시에, 과거의 향수를 자아내는 형태로 확실히 변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실제로 경기 시간은 더 빨라졌고, 스피드가 전혀 늘지 않은 선수들조차 더 높은 확률로 베이스를 훔치고 있어요.
"이제 선수들이 도루에 대한 걱정을 덜 하게 된 것 같아요" 스프링어가 말했습니다. "투수들이 할 수 있는 행동에 제약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죠."
도루의 시대가 돌아왔고,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습니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7295716/2026/05/21/mlb-stolen-bases-boom-pitch-clock-era/?unlocked_article_code=1.kFA.Np0U.fUQGnl7cEwkr&smid=ta-android-share
In MLB’s pitch clock era, everybody’s a base stealer now (Gift Article)
Stolen bases are way, way up — but not because MLB is full of speedsters. Instead, the pitch clock has made thieving easier for wily vets.
www.ny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