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곧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커리어 마지막 몇 시즌 동안, 클레이튼 커쇼는 야구계에서 가장 유행하던 구종 하나를 실험했었습니다. 그는 수년 동안 체인지업을 던지기 위해 노력했지만,번번이 실패했었어요. 피칭 메커니즘상 공을 안정적으로 던질 만큼 충분히 프로나이션(pronation, 역자 주: 공을 던진후 팔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말려들어가는 것)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을 시도했죠.
결국 커쇼는 LA 다저스에서 보낸 마지막 세 시즌 동안 단 126개의 스플리터만 던졌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적게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특별한 집단에 이름을 올렸어요. 바로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을 던지는 좌완 투수 모임말입니다.
스플릿핑거 패스트볼, 혹은 “스플리터”는 이전에도 한 차례 전성기를 누린 적이 있습니다. 특히 1986시즌이 그랬어요. 하지만 현재처럼 피치 트랙킹 시스템이 발달한 시대에서, 스플리터는 지금만큼 인기를 끈 적이 없었습니다. MLB 투수들은 리그가 처음 구종 추적을 시작했을 때보다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스플리터를 던지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거의 던지지 않던 스플리터를 올해 새롭게 장착한 투수가 8명이고, 지난 시즌에 이 구종을 추가한 투수도 11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구종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해서 고르게 퍼진 것은 아니에요. 우완 투수들이 좌완 투수들보다 네 배나 더 자주 스플리터를 던집니다. 2022~2025년까지 우완 투수들이 던진 스플리터 갯수는 좌완 투수들보다 11배 이상 많았어요.
그렇다면 왜 좌완 투수들은 스플리터를 더 많이 던지지 않는 걸까요? 이 질문에는 명확한 답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왜 이 구종이 좌완 투수들 사이에서 선호되지 않는지에 대한 가설을 가지고 있죠. 우리는 이 중에서 가장 흔한 네 가지 이론을 검증해봤습니다.

1. 스플리터의 ‘부상 위험’ 이미지
스플리터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따라오는 주제 중 하나는 바로 투수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과연 스플릿핑거 그립이 부상으로 이어질까요?
“제가 더 이상 스플리터를 던지지 않는 이유는, 그 공을 던질 때 팔꿈치가 망가졌기 때문이에요.” 로비 레이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났을 뿐이죠. 스프링캠프 동안 정말 많이 던졌고 계속 연습했지만 아무 문제도 없었습니다. 그냥 제 팔꿈치가 터질 준비가 되어 있었던 거죠."
오랫동안 스플리터는 팔꿈치 부상을 유발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스플리터와 팔 부상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는 많지 않아요. 팬그래프의 제프 짐머맨의 연구에 따르면, 스플리터를 10% 이상 던지는 투수들은 특정 시즌에 부상자 명단에 오를 확률이 54%였습니다. 반면 스플리터를 던지지 않는 투수들은 52%로 약간 낮았어요. 이는 스플리터와 부상 위험 사이의 직접적 연관성을 보여주지 않았던, 과거 연구들과도 일치하는 결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려워요. 공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쥔 상태에서 전완근과 팔꿈치 근처 근육을 느껴보면, 일반적인 패스트볼 그립과는 다른 방식으로 근육이 사용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근육들은 팔꿈치 인대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해요.
“포크볼처럼 손가락을 정말 깊게 벌린 상태로 제대로 던질 경우에는,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공을 던질 때 저항이 거의 없어서, 팔꿈치에 엄청난 압력이 걸리기 때문이죠.” 2011년 당시 탬파베이 레이스 감독이었던 조 매든이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
다.

현재 시점에서 잠재적인 부상 위험은 여전히 가설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선수 과학이 발전한 만큼, 앞으로는 스플리터가 팔꿈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측정할 수 있을 가능성도 있어 보여요.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생체역학 데이터는 그 영향을 측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스템은 투수의 움직임을 골격 수치 위주로 분석할 뿐, 각각의 근육이 어떻게 작동하는지까지는 제대로 모델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바뀔 수도 있죠.
“스플리터가 더 해롭다는 이론은, 손가락을 벌리는 동작과 전완근·팔꿈치에 가해진다고 여겨지는 압력 때문입니다.” 드라이브라인 공동 창업다 카일 보디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시스템가지고는 그런 부분을 모델링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1980년대 중반 스플리터의 유행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메이저리그 감독 겸 투수코치인 로저 크레이그는 생전 이런 의견에 대해 자주 반박했습니다. 그는 어떤 구종을 던져도 팔은 다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스플리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투수들 중 일부는 무릎이나 햄스트링도 다쳤다고 지적했었어요.
“난 바보가 아닙니다. 선수들이 다친다고 생각했다면 스플리터를 가르치지 않았을 겁니다.” 크레이그가 한 말입니다.

2. 관습 — 스플리터가 원래 우완투수들의 전유물이었기에, 그래서 지금도 그런 겁니다.
스플리터의 시대라고 불렸던 마지막 해는 1986년이었습니다. 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이던 마이크 스캇이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그의 대표 구종이 바로 스플리터였죠. 모방이 빠른 야구계 특성상, 다른 투수들이 이 공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크레이그는 알고 싶어 하는 누구에게나 이 구종을 가르쳤고, 그 그립은 빠르게 야구계 전체로 퍼져나갔어요.
“그립이 모든 일을 다 해줍니다. 그냥 패스트볼처럼 던지기만 하면 되요.” 2023년에 세상을 떠난 크레이그가 과거 디 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스플리터의 위대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크레이그의 가장 유명한 제자들은 모두 우완 투수였습니다. 스캇. 잭 모리스, 존 버켓. 스티브 베드로시안 등이 있었죠. 심지어 제자의 제자들까지 대부분 우완투수였어요. 그는 론 페라노스키에게 그립을 가르쳤고, 페라노스키는 다시 오렐 허샤이저, 밥 웰치 같은 선수들에게 스플리터를 전수했습니다. 이들 역시 거의 전부 우완투수였구요.
즉 가장 유행하던 시절조차, 스플리터는 주로 우완투수들이 던지는 구종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다시 인기를 얻고 있죠. 흥미로운 점은, 오늘날 MLB에서의 스플리터 증가세보다, 일본에서의 증가세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던지는 공이 아닙니다.”스플리터를 던지는 LA 다저스 좌완투수 저스틴 로블레스키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선 훨씬 더 많은 투수들이 던지고 있죠.”

YakyuCosmo.com 운영자이자 작가인 유리 카라사와에 따르면, 일본에선 올 시즌 전체 투구의 약 14%가 스플리터 또는 포크볼이었습니다. 이는 현재 MLB에서 던져지는 스플리터·포크볼 비율보다 네 배 이상 높은 수치에요.
하지만 여기에도 차이는 있습니다. 일본 야구에서도 우완과 좌완 사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2021년 이후 NPB에서 우완 투수들은 좌완 투수들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스플리터를 던졌습니다.
MLB보다는 차이가 훨씬 작지만, 여전히 플래툰 차이가 존재하는 거에요. 이는 단순히 MLB의 전통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이 현상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암시해요.

3. 스플리터는 좌완 투수의 메커니즘과 잘 맞지 않는다
좌완 투수들이 스플리터를 잘 던지지 않는 이유에 대한 또 다른 가설은, 이들의 피칭 메커니즘이 이 구종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크리스 세일이나 랜디 존슨처럼 낮은 암 슬롯을 사용하는 좌완투수들이 많다는 점 때문이죠.
그렇다면 스플리터는 오버핸드에 가까운 투구폼에 더 적합하고, 그래서 우완들이 배우기 쉬운 공일까요?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많지 않아요. 올해 좌완 투수들의 평균 암 슬롯은 38.5도였고, 우완 투수들의 평균 암 슬롯은 38.7도였습니다. 평균적으로 큰 차이는 없는 셈이죠. 우완 투수들의 스플리터 평균 암 각도는 41도로, 조금 더 높은 팔 각도를 가진 투수들이 이 공을 던질 가능성이 약간 높다는 점은 보이네요. 하지만 낮은 암 슬롯에서 던지는 스플리터도 많습니다. 모두 우완투수이긴 하지만, 폴 스킨스, 조 라이언, 커비 예이츠 모두 30도 이하의 낮은 암 슬롯에서 스플리터를 던집니다.
그렇다면 다른 메커니즘적 이유가 있는 걸까요?
“스플리터는 슈피네이터(supinator)들의 체인지업입니다.” 한 메이저리그 투수코치가 말했습니다.
슈피네이터란 쉽게 말해서 공 바깥쪽을 잡는 데 더 편안함을 느끼는 투수들을 의미하며, 보통 브레이킹볼을 아주 잘 던지는 유형입니다. 일부는 패스트볼의 회전 효율을 프로나이션 성향의 지표로 사용합니다. 슈피네이터는 공의 옆면을 더 많이 잡기 때문에 회전 효율이 낮게 나온다는 논리입니다. 지난해 좌완 투수들 중 30%는 프로나이터(pronator: 공 안쪽을 잡는 것을 좋아하는 투수들)이었고, 따라서 일반적인 체인지업을 더 잘 던질 가능성이 높았어요. 우완은 26%였죠. 하지만 이 역시 큰 차이는 아닙니다.
이제 팀들은 고속 카메라와 심(seam) 효과에 대한 이해를 통해, 공이 손가락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암 슬롯이나 슈피네이터 성향이, 우완투수들이 좌완투수보다 더 많은 스플리터를 던지는 주된 이유로 보이지는 않네요.

4. 유소년 시절 성장 과정의 영향
리틀리그나 고등학교 경기를 보면 바로 눈에 띄는 점이 있어요. MLB와 비교해볼때, 좌타자와 좌완 투수가 훨씬 적다는 것입니다. 어린 아마추어 투수들의 경우, 짧은 시즌 동안 좌타자가 한 명도 없는 팀을 여러 번 상대하는 경우가 흔해요. 이는 좌완 선발투수들에게 우타자를 잡기 위한 구종을 반드시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을 주죠. 반면 우완 투수들은 그런 압박을 덜 받습니다. 결국 좌완투수들은 성장 과정에서 브레이킹볼보다 체인지업 개발에 더 집중하게 되는 편입니다.
“좌완 투수들은 플래툰 상성을 덜 타는 오프스피드 피치를 더 일찍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큽니다.” 드라이브라인의 피칭 디렉터 코너 화이트가 말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좌완 투수들은 우완 투수들보다 일반적인 체인지업을 약 50% 더 많이 던집니다. 따라서 이 이론에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요. 좌완 투수들은 성장 과정에서 수많은 우타자들을 상대해야 했고, 그들을 잡기 위해 체인지업을 발전시켜야만 했습니다. 반면 우완 투수들은 좌타자를 그렇게 많이 상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브레이킹볼과 패스트볼만으로도 훨씬 오래 버틸 수 있었구요.
“스플리터는 어린 시절부터 배우는 기본 구종 세트에 포함되지 않아요. 제 생각에 어린 투수들이 배우는 기본 구종은 패스트볼, 싱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정도입니다. 스플리터는 오히려 이후 특정한 사유로 인해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할 때 배우는 구종에 가깝습니다.” 화이트가 말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부상 문제가 등장합니다. 실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스플리터는 부상과 연결된 구종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그래서 체인지업을 배우려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잘 가르쳐지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성공한 좌완 투수들은 대개 일반적인 체인지업을 발전시키게 되고, 우완 투수들은 체인지업 없이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뒤에도 여전히 체인지업 구사가 잘 안되는 우완 투수들이 스플리터를 필요로 하게 되는거죠.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스플리터를 던지는 좌완 투수들은, 대부분 기존 체인지업이 좋지 않아서 그것을 보완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릴 때는 공이 빠르지 않으니까 평범한 체인지업으로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구속이 빨라지기 시작하자 체인지업이 더 이상 잘 먹히지 않았고, 새로운 뭔가가 필요했어요” 레이가 말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일본에서는 젊은 투수들이 스플리터를 더 자주 던집니다. “미국 대표팀이 16세·18세·21세 이하 국제대회에서 일본과 자주 붙는데, 포크볼에 속수무책이더라구요.” 보디가 말했습니다. 이게 일본에서 좌완 투수들이 MLB보다 더 많은 스플리터를 던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어요. 물론 일본에서도 여전히 우완 투수들이 더 많이 던지긴 하지만요.
어쩌면 우리는 이제 왜 메이저리그에서 우완 투수들이 좌완 투수들보다 훨씬 더 많은 스플리터를 던지는지에 대한 답에 도달했는지도 몰라요. 스플리터는 부상과 연관된 구종이라는 인식 때문에 어린 아마추어 단계에서 잘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결국 스플러터는 아직 제대로 된 체인지업이 없는 투수들의 ‘마지막 선택지 체인지업’이 되죠. 그리고 좌완 투수들은 성장 과정에서 워낙 많은 우타자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이미 체인지업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스플리터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구요.
즉, 좌완투수의 스플리터가 희귀하다는 이 특징은, 앞서 언급된 여러 이론이 하나로 합쳐져 만들어진 결과에 가깝습니다. 좌완 투수들은 메이저리그에 도달했을 때 이미 상대했던 타자들 덕분에 스플리터가 덜 필요한 거에요. 로블레스키의 말처럼 말입니다.
"타자들이 어떤 공을 던져야 하는지 알려주는 법이죠."
https://www.nytimes.com/athletic/7264018/2026/05/11/mlb-split-fingered-fastball-usage-lefties-righties/?unlocked_article_code=1.hlA.u8-w.uVXbAEJm8hMs&smid=ta-android-sh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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